메이저리그에는 전 구단 영구결번이 하나 있다.

42번이 그것으로,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5월 15일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

양키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경기를 앞두고 양키스는 특별한 행사를 하나 가졌다.

바로 양키스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 데릭 지터의 영구결번식이었다

지터가 선수시절 달았던 등번호 2번은

이제 양키스에서는 두 번 다시 쓸 수 없는 번호가 됐다.

메이저리그에는 영구결번과 관련된 여러 가지 스토리들이 존재한다.

메이저리그의 다양한 영구결번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5월 15일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의 유격수 데릭 지터의 영구결번식에서 지터가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AP연합뉴스

최초 영구결번은 양키스 루 게릭의 4번

메이저리그 최초의 영구결번 선수도 양키스 선수다.

1920~1930년대 베이브 루스와 함께 양키스

살인 타선(Murderer‘s Row)의 핵심이었던 루 게릭이 그 주인공이다.

기록을 놓고 보면 당연히 루스가 먼저 영구결번이 됐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루스가 은퇴한 1935년에는 영구결번 제도가 없었다

그렇다고 게릭이 루스보다 뒤떨어지는 선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493홈런, 1995타점, 1888득점, 1508볼넷에 2130경기 연속 출장까지.

게릭이 괜히 역사상 최고의 1루수로 꼽히는 것이 아니다.

게릭은 자의가 아닌, 병이라는 타의적 요인으로 안타깝게 은퇴해야 했던 비운의 스타였다.

게릭은 1939년 근위축성 측색경화증(ALS)이라는 희귀한 병을 진단받았다.

훗날 자신의 이름을 따 ‘루 게릭 병’으로 알려지게 되는 이 병은 지금도 치료제가 없는 불치병이다.

게릭은 끝내 이 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 해 9월 4일 양키스타디움에서 은퇴식을 열었다.

양키스는 이 은퇴식에서 게릭의 등번호 4번을 영구결번 처리했다

메이저리그에 영구결번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순간이다.

메이저리그에는 전 구단 영구결번이 하나 있다.

42번이 그것으로,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선수 재키 로빈슨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997년 로빈슨의 데뷔 50주년을 맞아

로빈슨이 달았던 등번호 42번을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이후 42번은 메이저리그에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번호가 됐다.

다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그때까지 42번을 사용하고 있었던

선수들에 한해서만큼은 계속해서 42번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줬다.

마리아노 리베라가 양키스에서 로빈슨과

똑같은 등번호로 영구결번이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리베라는

1995년 데뷔할 때부터 단 한 번도 42번을 놓은 적이 없다.

양키스는 리베라를 위해 비록 로빈슨

42번이 먼저영구결번되기는 했지만

‘마리아노 리베라의 42번’이라고 따로 명시를 해놨다.

메이저리그 첫 흑인 선수인 재키 로빈슨을 기념하는 ‘재키 로빈슨 데이’를 맞아 워싱턴 내셔널스 선수들이 전 구단 영구결번된 로빈슨의 등번호 42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있다./연합뉴스

최다 양키스, 42번은 로빈슨과 리베라

내친 김에 양키스 얘기를 좀 더 해야겠다.

27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빛나는 명문구단답게 영구결번도 가장 많다.

지금까지 양키스가 영구결번한 선수는 로빈슨을 제외하면 총 22명이나 된다.

워낙 많다보니 다른 팀과 비교해 좀 특이한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지터의 2번이 영구결번됨에 따라 양키스의 1~10번은 모두 사용 불가능한 번호가 됐다.

1번과 6번은 감독이었던 빌리 마틴과 조 토레의 영구결번이며,

루스(3번), 게릭(4번), 조 디마지오(5번), 미키 맨틀(7번),

로저 매리스(9번), 필 리주토(10번) 등

양키스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전설들이 여기에 속해 있다.

여기서 특이한 번호는 8번이다.

양키스의 8번은 요기 베라와 빌 디키, 두 명의 포수가

공동으로 영구결번되어 있다. 디키와 베라

모두 한 시대를 대표한 명포수로, 디키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1946년 베라가 데뷔를 했다.

베라는 디키로부터 많은 노하우를 전수받았는데,

양키스는 베라를 영구결번시키면서

디키까지 공동 영구결번을 시켜 그의 공을 기렸다.

한 선수가 오직 한 팀에서만 영구결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 팀에서도 영구결번이 되는 선수가 있다.

총 11명의 선수가 2개 이상의 팀에서 영구결번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으로 42번을 달았던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가 역대 영구결번자들의 번호가 새겨져 있는 모뉴먼트 파크에 앉아 기념촬영하고 있다./AP연합뉴스

놀란 라이언은 세 개 팀에서 영구결번

이 중 ‘탈삼진의 제왕’ 놀란 라이언은

자신이 선수생활을 했던 4개 팀 중 무려 3개 팀에서 영구결번이 됐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는 34번이,

LA 에인절스에서는 30번이 영구결번됐다.

라이언을 제외하면 3개 팀에서 영구결번이 된 선수는 없다.

라이언이 뛰었던 팀들 중 유일하게 영구결번을

주지 않은 팀은 그가 데뷔했던 뉴욕 메츠뿐이다.

한편 감독 중에서도 2개 팀에서

영구결번이 된 사람이 있다. 스파키 앤더슨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신시내티 레즈에서 영구결번이 됐다.

신시내티에서는 10번, 디트로이트에서는 11번이다.

앤더슨은 메이저리그 최초로 양대 리그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모두 경험한 감독으로,

2006년 토니 라루사가 가세하기 전까지는 유일한 달성자였다.

케이스 스텡겔 또한 2개 구단에서 영구결번이 된 감독이다.

그런데 그 두 구단이 다름 아닌 뉴욕 라이벌 양키스와 메츠다

스텡겔은 양키스에서만 5연패 한 차례를

포함해 총 7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명장으로,

1962년 창단한 메츠의 초대 감독이 됐다.

그러나 메츠에서의 첫 3년간 모두 100패 이상을

기록하며 꼴찌에 머물렀고, 결국 4번째 시즌 도중 경질됐다.

그럼에도 메츠 팬들은 스텡겔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고,

좋지 않은 성적에도 홈구장을 꽉 채워줬다.

메츠도 이런 스텡겔을 기려 등번호 37번을 영구결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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